서울혁신파크 어린이복합문화시설 시민참여프로그램 사업명 서울혁신파크 어린이복합문화시설 시민참여프로그램 기획 및 운영 용역 사업기관 서울특별시 사업년도 2016

 

지역 재생
“요새 아이들은 ‘놀이’도 배워요”

혁신파크 어린이복합문화시설은 서울시 은평구에 위치한 혁신파크에 새로 생기는 어린이 전용 시설로 티팟이 계획에 착수하기 전부터 인근의 주민들에게는 큰 관심을 받고 있던 프로젝트입니다. 이미 기본계획은 나왔으나 좀 더 친자연적으로, 좀 더 시민들의 이야기를 담아내어 보완하는 것을 목적으로 시작된 사업이었습니다. 요새 아이들의 일상은 어떨까요?  한국에서는 만 2세에 30%의 아이들이 사교육을 받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사교육을 받지 않는 아이들이라도 ‘지능계발’을 목적으로 엄마의 손에 이끌려 다양한 ‘놀이’를 배우러 다닙니다.

 

요새 인기라는 어린이 복합문화공간도 이곳 저곳 다녀보았더니, 많은 공간들이 엄마들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한 프로그램과 콘텐츠를 자랑하고 있었습니다. 그 공간에서 아이들은 마치 ‘놀이’처럼 ‘학습’하고 결과적으로 여러 가지 지식과 사고능력을 배울 수 있도록 설계되었더라구요. 그게 아니면 마치 진짜처럼 꾸며놓은 상황에서 어른들의 삶을 흉내내어 체험하고, 그것을 ‘경험’이라고 부르는 모양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어릴 때 여자아이들은 한번쯤 엄마의 화장품을 꺼내고, 남자아이들은 위험한 도구에 손을 대며 어른을 흉내내곤 합니다. 어린아이들이 어른을 흉내내는 것은 어른이 되는 것이 어린이 인생의 목표이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어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원하는 대로 뭔가를 할 수 있기 때문일까요?

“어린이가 원하는 놀이를 찾아서”

어른들의 말을 듣지 않아도 엄마와 아빠는 아이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너무나도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물론 비판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에게 불안을 조장하는 사회의 여러 가지 단면들, 부모에게 여유를 주지 않는 모순들을 함께 만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이들에게 직접 묻기위해, ‘솔.까.말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습니다. 총 145명의 아이들이 함께 했던 이 프로젝트엔 45명의 유아와 100명의 초등 1~4학년 어린이가 참여했습니다. 아이들이 해야할 일은 단 하나! 하고 싶은 말을 하고, 하고 싶은 놀이를 찾아내는 것. 주어진 상황에 맞추어 신나게 놀아보는 것! 그리고 선생님들은 아이들의 행동을 지켜보고, 특별이 집중하거나 즐거워하는 상황을 잡아내고 패턴을 파악하며 관찰했습니다.

 

관찰은 생각처럼 즐겁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탐색-고민-토론-실현을 거치는 프로젝트 기간동안 꽤 오랜 시간을 선생님들이 원하는 ‘정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엄마가 좋아하는 것’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고, 혼나지 않으려고 열심이었기 때문입니다. 조금 큰 4학년 아이들은 ‘이런거 해도 실제로 안해주잖아요?’를 수시로 물으며 불신을 보였죠. 당시에 할 수 있는 일은 계속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고 좀 더 솔직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온 몸을 던져 아이들이랑 친해지는 방법밖엔 없었습니다. 그렇게 프로그램이 중반을 지날 무렵 드디어 아이들의 봉인이 해제되었습니다. 신난 아이들을 감당하는게 선생님들에게도 역부족이었지만, 드디어 아이들의 이야기가 시작되었죠.

 

“어린이들도 잘 할 수 있어요”

아이들이 요구한 놀이활동은 아주 새로운 것은 아닙니다. 각자의 경험 안에서 이야기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혁신파크 안에는 자연과 다양한 적정기술을 활용한 어린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적정기술공방’과 ‘시소’라는 팀이 있는데요. 이런 혁신파크의 관련 주체들과 본격적으로 결합해가며 어린이들의 요구사항을 실현한 놀이터를 만들어보았습니다. 매듭을 배워 나무에 직접 밧줄을 엮고, 타고 싶었던 짚라인을 설치하고, 파레트를 쌓아올려 키보다도 훨씬 큰 성벽 놀이터를 만들었죠. 누나를 따라온 5살 아이부터 중학생이 되어도 계속 여기서 놀고싶다는 어린이들이 뒤엉켜 함께 규칙을 만들고, 질서를 만들면서 신나게 놀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들은 무서워서 하기 싫던 것들을 극복해내고, 다음 단계로 도전하고, 뒷사람에게 손을 내밀어주었습니다.

 

어린이들과의 여름 이후 본격적으로 혁신파크어린이복합문화시설의 구상이 시작되었습니다. 대상지 뒤로는 10,000평에 이르는 방치된 숲이 있습니다. 경사가 가파르고 건물을 둘러싼 옹벽이 장애물이 되어 접근이 어려운 숲이죠. 이 숲을 아이들이 놀 수 있게 다듬고, 바닥은 푹신하게 다양한 식물들이 자라게 하고, 시설은 최소화해서 어린이들이 마음껏 뛰고 놀고 구를 수 있는 ‘어린이 전용 숲’을 만드는 것이 이번 혁신파크 어린이 복합문화시설 계획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였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 아래에서 무엇이든 해보고 도전할 수 있는, 스스로 성장하는 곳. 그냥 그런 놀이터를 원했거든요. 많은 것을 해달라고 하지 않았어요.

 

관련 전문가들과의 워크숍이 이어졌고 서울시청 조경과 및 혁신파크 담당자, 어린이 복합문화시설 담당부서와의 협의가 계속되었습니다. 어린이 숲 놀이 전문가들과의 인터뷰, 숲 생태 전문가, 조경 전문가의 자문도 받았죠. 숲 이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정짓고 나서는 모든 구상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혁신파크 어린이복합문화시설은 숲의 모험을 준비하고 연습해보는 공간으로 구상되었고,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 어린이들만의 숲 세상이 펼쳐지는 것입니다.

“사실 어른들이 간섭하면, 다 시시해져요”

놀고싶은 아이들. 하지만 걱정스러운 어른들. 이 계획 괜찮을까요? 구상을 완료하고 혁신파크에서는 기획단에 참여했던 아이들과 부모님들, 교사들, 혁신파크에서 활동하는 어린이 관련 시민 주체들이 다 같이 모여 과정과 계획을 공유하고, 앞으로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 창의대회가 진행되었습니다. 어린이기획단에서 대표 4명이 무대에 올라 어떤 과정에서 무엇을 기획해왔는지 어른들 앞에서 직접 발표했죠. “진짜 잘 할수 있으니까, 하기도 전에 못하게 하지 말아달라는” 명언을 남긴 어린이들에게 어른들은 멋쩍은 박수를 보내주었습니다. ‘숲’공간을 본격적으로 활용한 계획을 들은 부모님들은 예상대로 기대와 함께 우려섞인 목소리를 내어주셨는데요. 창의대회에 준비된 행사시간이 모두 끝난 후에도 2시간이 넘도록 의자를 둥그렇게 모아 우려를 해결해서 아이들에게 아이들만의 숲과 놀이를 만들자는 토론이 계속되었습니다.

“함께 지키고 만드는 ‘안전’한 어린이 세상”

‘안전할까?’라는 우려를 없애기 위해 직원을 수없이 고용하게 되면 그만큼 운영비가 들고, 그만큼 입장료가 높아져야한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었기에 이 자리에서는 부모의 자원봉사시간으로 현금마일리지를 쌓는 방식이나, 어린이를 졸업한 고학년과 중학생들이 아이들과 즐겁게 놀아주는 놀이멘토로 활동하는 일 등, 시민이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왔는데요. 무엇보다 중요하게 입을 모은 일은 맡겨놓지만 말고,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운영을 함께 하는 어린이복합문화공간입니다. 우리 모두의 아이들이 즐겁게 놀 수 있도록요. 그야말로 아이를 키우는데 한 도시가 힘을 합쳐보자는거죠.

 

혁신파크 어린이복합문화시설은 2019년에 설계가 시작되고, 2020년에 착공하게 됩니다. ‘혁신’하는 어린이복합문화시설을 실제로 만들기까지는 아직도 수없이 많은 절차가 남아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설득’이 계속되어야하고 누군가 이 과정을 모르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고민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를 반복해 설명해야하죠. 아직 이 프로젝트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 시간을 거쳐 혁신파크 어린이 복합문화시설이 문을 연다면, 적어도 이 공간에서는 어린이들이 어른들이 정해놓은 규칙, 어른들이 원하는 멋진 어린이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곳이 아니라 내 발길이 향하는 곳, 내 마음이 향하는 놀이에 집중하는 우리 사회에 없던 어린이만의 세상이 될 수 있겠죠?